삶과 사랑의 풋내 나는 어린시절, 고찰. 스물한 살부터 스물여섯 살까지의 기록

<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야> 저자 단 한

입력시간 : 2020-02-04 11:04:25 , 최종수정 : 2020-02-04 11:04:25, 허상범 기자



책 소개


 <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야>는 '단 한' 작가의 시집이다.

 책은 작가가 스물한 살부터 스물여섯 살까지 적어온 글들 중에서 51편의 시를 추려 엮은 책이다. 삶과 사랑에 관련된 풋내 나는 어린 시절의 기분들부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은 자라난 생각들까지 골고루 수록되어 있다.



<출처: 오혜>



저자 소개


 저자: 단 한


 단 한은 1994년 경기도 광명에서 태어나 계원예술대학교 순수미술과를 졸업했다. 2019년 WAYSOFSEEING에서 첫 개인전 <Baby, We're Driving to the Light!>을 열었으며 오랜 준비 끝에 같은 해 11월, 첫 시집 <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야>를 선보이게 되었다.




목차


 만나는 글  5

 

 1부 그리고 나 또한, 당신의 빛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빛  11 / 꿈과 사랑  13 / 그런 말은 파도가 되기도 한대요  15 / 당신에게!  16 / 사월  18 / 우리는 우산을 나눠 쓰고  20 / 사랑  22 / 꿀  24 / 미스테리어스 스킨  25 / 미술수업 1  26 / 미술수업 2  29 / 라스트 숏  30 / 오늘은 내 옆에 있어요  32 / 금요일  34 / 도현-<한 잔의 딸기 우유> 중에서  36 / 윤재 누나  38 / 11AM  39 


 2부 그때까지 나의 여름을 잠시 미뤄두겠다

 단잠  43 / 썸머타임 새드니스  44 / 삼월  46 / 오늘의 날씨  48 / 드라이빙  50 / 여름 쪽지  51 / 진파랑  52 / 문학  54 / 시월 저녁  55 / 야생 풀꽃  56 / 무화과 향 핸드크림  58 / 달팽이  59 / 고래  60 / 태양계  62 


 3부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괜찮다는 소식

 오랜만이에요  67 / 블루의 소나기  69 / 봄이네요  70 / 정윤 누나  72 / 선인장  73 / 칠월  74 / 베드타임 러브레터  76 / 나무야 나무야  78 / 경수  80 / San Junipero  81 / 한빛  82 / 보광동  84 / 두부  86 / 시티  88 / 날개  90 / 아멘  92 / 베이비핑크  94 / 시월 정오, 제제 누나  95 / 첫눈  96 


 헤어지는 글-아침 마음  99


 서평-사랑을 사유하는 당신아, 배소유  103 




본문


 여름을 그렇게도 기다렸었다. 아침잠을 깨우는 눈부신 

 햇빛과 에어컨 바람 아래 포도, 밤의 한강에서 보는 

 지하철의 불빛과 넘어진 자전거 같은 것들. 밤의 가로수가 

 퍼트리는 풀의 향기를 알고 있다면 당신은 여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수박바에 한 오만 원쯤은 

 쓰겠군, 버스를 기다리며 수박 아이스크림에 오만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에어팟에선 여름 락이 나온다.

 

 그다음 떠올리는 것은 덕분에 내 사랑은 오렌지주스 

 색이야, 외칠 수 있게 해준 어떤 여름과 《Loop loop 

 your last summer love》, 언젠가는 보여주고 싶은 나의 

 프로젝트야. 《Bedtime post》는 망했지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정해져있다는 말을 믿어도 가끔은 헷갈린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쾌적한 관계 그 자체인가 아니면 지금으로

 오기까지 함께 나누었던 단어와 지지들인가. 전자라면

 나는 당신을 운명이라 믿을 테고 후자라면 나는 당신을

 내가 선택한 사람이라 믿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갖게 되는 것이 나의 운명이든 당신들이 훌륭해서 

 내가 당신들을 택한 것이든 오늘 밤 드는 생각은, 네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건네고 싶은 말이 많지만 느릿한

 나는 언제나 머릿속에서 말을 정하지 못하고 그저 내게

 왔던 빛이 당신에게도 옮겨가기를 바랄 뿐이다. 


 설산에도 비추는 태양 같은 사람들이 있어 나는 오늘도

 안녕하다 말하는 것이 쉽다. 그리고 나 또한, 당신의 빛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빛' 중에서 -



 꿈과 사랑이라는

 아주 간단하고 유치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웃기기도 합니다

 만화의 대사 같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나의 장래희망에 대해 말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평생의 목표가 꿈과 사랑이라는 것은 가끔씩

 편리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의 대상만 바꿔 말하면 되니까요

 언제는 그저 한 번의 단잠일 때도 있고

 맛있는 생크림 케이크일 때도 있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나요?

 지금은 당신이 내 꿈이고 사랑이란 것을, 자랑이란 것을


 나는 언젠가 번지는 시야 속에서

 당신의 손을 잡으려 해매겠지요

 그러다 내가 당신의 손을 잡게 되면

 우리는 가라앉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다로

 바다로


 - '꿈과 사랑' 중에서 -



 오전 햇살 아래의 네가 참 아름답다는

 그런 당연한 말도 참지 못하는 나는

 당신이 울 때 어쩔 줄 모르겠다


 네가 필요한 거 내가 다 가져다줄게

 네가 필요한 말 내가 다 말해줄게

 별도 달도 다 따줄 테니 울지 마

 따위의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단 걸 알지만


 그러다가 문득 떠올리기도 하는 것이다

 네가 좋아하는 골목길 초입의 떡볶이집이나 

 차트 위의 신나는 노래들을

 

 그래도 그대는 자꾸 화가 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른들이 너무 못된 것 같다고

 그래서 나에게 이런 짓들을 하는 것 같다고

 자기가 어른이 되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거라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만으로는 이유가 충분치 않다

 사랑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 가끔은 내게도 벅차

 나는 우는 네가 안쓰러워서 까슬한 뒷머리를

 쓰다듬어보는데  


 그대야 그럼에도 잊지 마

 우리는 빛을 향해 가고 있어!

 우리에게 만약 그날이 온다면… 나는 너랑 결혼할 테야


 그러니까 오늘 나는

 저 하늘 위의 태양을 따다 주기로 결심한다 

 가끔은 주저앉아 울기도 하는 당신에게 


 - '당신에게!' 중에서 -



 달의 끝에서 선한 사람들과 안녕을 말했던

 추운 계절 너머를 생각해보면

 그들의 품에서 순진하게 웃던 날도 있었다

 

 우리는 빛으로 가고 있다고, 사랑을,

 해맑게 외치던 일월에는 

 그보다 따뜻한 마음을 전에 느낀 적이 없었고

 

 합격했습니다

 명단에 적힌 내 이름을 확인하던 이월에는

 새 꿈에 젖어 그리는 일을 잠시 잊기도 했다


 이따금씩 아래에서 전해오는

 친구의 소식에 값싼 유머로 답하며

 우리의 행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그녀의 성냥으로 담뱃불을 붙이는 일로 나는

 돌아오는 여름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강의실 끝에 앉아

 맑은 하늘이 붉게 저무는 것을 보았다


 하루하루 빠르게 흘러가는 모양이 퍽 섭섭하지만

 벌써 흰빛을 내어 보이는 벚꽃이 반가운 것이 

 우리가 다시 안을 날이 머지않았다


 - '사월' 중에서 -



 그해 우리의 여행길에는 

 비가 자주 내렸습니다

 덥기도 무척이나 더웠고요

 

 그래도 우리는 내내

 젖은 신발이 마를 새도 없이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에도 갔고요

 이십사 시간 문을 연다는 서점에도 갔지요


 그 도시의 빛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여섯 색 깃발이 걸린 가게들도 자주 보였습니다

 가는 곳마다 마주쳤던 사람들의 

 선한 눈빛 또한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한 사람들의 나라에는 

 빛이 일찍이도 오나 봅니다

 당연한 이야기인가요


 우리는 우산을 나눠 쓰고

 낯선 도시의 바람이 가져다주는 


 생경한 공기를 처음 맡아보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굳이 설명하자면

 먼지와 풀 내음이 섞인 앳된 향이었는데요

 지금도 가끔씩 비슷한 냄새를 맡습니다

 그러면 그때 생각이 나요


 어린 당신과 내가 섣부르게 했던 약속들

 침대에 누워 그려본 꿈들과 사소한 다툼들, 시기들을

 잘 잊고 지내나요 걱정하진 않지만요

 

 오늘 아침, 이웃나라의 기사를 보다 문득 이제는

 당신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걸렸죠 그래도 이해해주세요


 우리도 우리의 노래를 계속 부르다 보면

 어느 날에는 분명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당신은 

 익숙한 섬의 바닷가에 서서

 축복의 연주를 들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축하할 것이고요 

 그리고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마지막 인사를 나눌 것입니다


 - '우리는 우산을 나눠 쓰고' 중에서 -



 1

 매일 일정한 궤도를 사는 게

 조금 괴로워지고 있습니다

 

 날마다 밤이 오는 일 말이에요

 밑물 뒤엔 꼭 썰물이 오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그런 말 말이에요

 

 행복의 총량은 꼭 0이어야 한다는 것마냥

 온 세상이 돌아가고 있잖아요

 저는 지루하다고요

 공전하는 행성에서 사는 일

 

 일 년이 전부 여름이면 안 되나요

 어차피 매년 더 더워질 텐데

 디제이여 음악을 멈추지 말아요

 전 지금 만끽하고 있으니까요

 

 곡선의 그래프를 타는 것이 싫어요

 쭉 위로 올라가고 싶어요

 무한히 달려도 숨차지 않게 해주세요


 2

 그러니 

 자, 

 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야

 지구의 궤도에서 벗어나자

 난 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랑 함께라면 말야

 뭐든지


 - '사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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